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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정보

시중의 여러 렛서 블랙, 팜포 볼비들이 과연 다 같을까?

많은 분들이 시중의 여러 팜포 볼비, 렛서 블랙를 포함한 여러 타란툴라에 대해 이렇게들 말씀하시죠. "(개체 전체 모습을) 눈으로 딱 보면 같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식의 분류로 과연 실제 타란툴라 및 거미들의 올바른 형태학적 동정키를 확인 가능할까요?

 

물론 육안 상으로도 쉽게 구분이 되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그냥 같다 다르다보다는 '왜 같은지, 왜 다른지'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같다 다르다 말할 수 있는 거에요. 딱 보면 신체 마디마디의 비율과 내부 기관의 형태를 투시할 수 있고, 신체 여러 부분의 세부적인 비교가 가능한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그런 식으로 제대로 동정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니 눈으로 보면 딱 똑같아 보이니 같은 종이나 혹은 딱 보면 다르니 다르다는 식의 주장은 잘못된 거죠.

 

 

 

이 도표는 2015년도에 발표된 시중의 크세네스티스(Xenesthis) 관련 논문에 있는 도표를 번역한 것의 일부인데, 그동안 시중의 Xenesthis cf. immanis는 눈으로 보기에 같아보이니 구분할 필요가 없다라는 주장들과 다르게 넷째다리의 강모군 유무가 차이가 있죠. Xenesthis cf. immanis "Short hair"는 넷째다리 넓적다리마디에 강모가 없고, Xenesthis cf. immanis "Long hair"는 강모가 있어요. 이 둘은 생식적 격리가 되어 있고요. 그리고 해당 논문에는 없어서 형태학적 차이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롱헤어와 마찬가지로 강모가 존재하는 "블랙파이어(Black Fire)" 또한 롱헤어와 유사하긴 하나 롱헤어, 숏헤어와 생식적 격리가 되어있다고 해요.

*크세네스티스(Xenesthis) 동정키 : http://cafe.naver.com/arthrozoo/6642

 

생식적 격리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한 근거 자료가 없어서 아직 100% 신뢰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똑같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의 얘기와 다르게 형태학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게다가 롱헤어, 숏헤어 외에도 그냥 대강 Xenesthis immanis 같아서 Xenesthis immanis로 유통되는 타란툴라나 렛서 블랙이라는 관용명으로 유통되는 타란툴라가 여럿인 이 상황에서 세부적인 신체 부위 비교를 통한 형태학적 종 구분, 브리딩을 통한 생물학적 종 구분 과정을 생략한 채 같다고 단정짓는 행위가 과연 옳을까요? 그렇지 않죠.

 

많은 분들이 '아직' 같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 왜 다른 거냐라면서 따지시는데, '같다고 볼 근거가 부족해서 임시로 구분을 하는 것'과 '다른 게 확실해서 구분을 하는 것'은 다른 거에요. 구분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확정을 지으려면 그에 합당하는 형태학적 근거들이나 생물학적 근거 등을 제시할 필요가 있죠. 각각이 다르다고 확정 지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같거나 다른지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임시 분류를 하는 게 맞고, 같다 다르다 확정이 된 후에도 새로운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바뀔 수 있죠.

 

그리고 이런 얘기가 나오면 교잡이 후손이 건강하다고 주장할 분들이 계실텐데, 그건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 유연관계가 가까울 때, 다른 유전적 조성을 가진 두 개체의 교배를 통해 좀 더 많은 유전자 다양성을 지닌 후손들이 나와서 좀 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경우죠. 유연관계가 멀어질수록 문제가 생기는 게 사실인데(불임, 기형 등), 실제로 자연에서 유전적 교류가 이뤄지는지 확인이 안 됐고, 형태학적이나 생물학적으로 같은 종이라고도 분류가 안 된 상태에서 임의로 섞어대는 것은 잘못 된 거에요.

 

참조 논문 : Xenesthis spp. - Zu Unterschieden der Scopula am Metatarsus 4 (Araneae, Theraphosidae, Theraphosinae) von Steffen Esch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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